폭염과 부채질
덥다.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.
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.
해가 뉘엿,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.
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.
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, 요란하다.
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.
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?
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,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.
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.
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, 찬 우주 공간이다.
지금 여기,
어둠에 쫓겨 온 식은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는 퇴근 길.
지친 몸과 허기진 배를 달래며 걸음을 재촉하는, 구겨진 뒷모습이 애달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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